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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은 떠났는데 재판은 시작도 못 했다…현직 경찰관 사망사고, 멈춰 선 피해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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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15
  • 2026.07.10 14:40
 
【특 집】
 
△장애인 가족 생계 붕괴…사고 9개월 지나도 형사절차 제자리
 
△경찰은 송치했지만 검찰은 장기 검토…유족 "기소부터 해달라“
 
△현직 경찰관 사고에 커지는 국민 시선…"법 앞에 누구나 같아야“
 
 
〔내외매일뉴스·내외매일신문=방명석 기자〕 지난해 9월 경남 의령군의 한 주택가 이면도로에서 현직 경찰 간부가 몰던 로드자전거에 치여 60대 여성이 숨진 지 어느덧 9개월이 흘렀지만 사건은 아직도 검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경찰은 전문기관의 사고 분석과 현장조사, 피의자 조사 등을 종합해 전방주시 소홀과 제동장치 조작 미숙 등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치사) 위반 혐의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지만, 기소 여부가 장기간 결정되지 않으면서 형사재판은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가장을 잃은 장애인 가족들은 생계와 간병, 피해 회복이라는 현실 앞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으며, 유족들은 "재판이라도 시작돼야 삶을 다시 이어갈 수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사회적 관심을 받는 이유는 단순히 사망 교통사고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현직 경찰 간부가 가해자로 입건된 사건이라는 점과 경찰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해 송치했음에도 검찰 단계에서 장기간 결론이 내려지지 않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시간 동안 피해자 가족의 삶은 사실상 멈춰 서 있다는 점이 겹치면서 사법절차의 신속성과 피해자 보호라는 과제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외매일뉴스·내외매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A경감은 지난해 9월 11일 오후 7시 17분께 의령군 부림면의 한 주택가 이면도로 내리막길에서 로드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던 중 주택 대문을 나서던 B씨(당시 63)를 충격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고 직후 B씨는 머리를 크게 다쳐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뇌출혈로 치료를 받던 중 열흘 만에 결국 숨졌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중앙선이 없고 차도와 보도의 구분도 없는 생활도로였다. 당시 진행 방향 우측에는 봉고차와 순찰차가 정차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으며, A경감은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가 갑자기 도로로 뛰어나와 자전거 앞바퀴와 부딪쳤다"고 진술했다. 이어 피의자신문에서는 "피해자의 몸이 자신의 왼쪽 어깨와 팔 부위에 부딪쳤고 붙잡으려 했지만 자전거를 타고 있어 잡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사고 직후 확보한 CCTV 영상을 토대로 한국도로교통공단에 사고 분석을 의뢰했다. 분석 결과 사고 당시 자전거의 속도는 시속 약 19.1㎞로 산출됐으며, 보행자의 정확한 이동속도를 확인할 수 없어 성인의 평균 보행속도인 초속 1.4m를 적용한 결과 피해자는 충돌지점 약 2.66m 전방에서 이동을 시작한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도로교통공단은 CCTV의 화질과 촬영 각도, 거리 등의 한계로 충돌 직전 운전자의 정확한 시야 확보 여부와 사고 회피 가능성은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경찰은 현장 상황과 도로 구조, 사고 당시 주변 환경, 피의자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다른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사고 장소가 야간의 주택가 이면도로이고 차도와 보도의 구분이 없는 생활도로인 만큼 자전거 운전자는 보행자의 출현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하면서 전방과 좌우를 세심하게 살피고 제동장치를 적절히 조작하는 등 더욱 주의 깊게 운전할 의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결국 전방주시 소홀과 제동장치 조작 미숙 등 과실이 인정된다고 보고 지난해 12월 A경감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치사)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하지만 사건은 검찰 단계에서 수개월째 결론을 맺지 못하고 있다. 창원지검 마산지청은 사건을 송치받은 뒤 보완수사를 요구했고 경찰의 보완수사는 지난 3월 모두 마무리됐지만 현재까지도 기소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검찰은 추가적인 사실관계와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유족들은 보완수사까지 모두 끝난 사건이 아직도 재판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남겨진 가족들의 현실이다. 숨진 B씨는 생전 뇌경색 후유증으로 편마비 장애를 앓고 있는 남편과 중증 지체장애가 있는 큰아들, 그리고 고등학교 재학 중 뇌출혈로 혈관수술을 받은 뒤 현재까지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운 작은아들을 돌보며 사실상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온 가장이었다. 사고 이후 가족은 생계를 책임질 사람을 잃었을 뿐 아니라 간병까지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경제적 어려움과 정신적 충격이 겹치면서 하루하루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유족들은 최근 창원지검 마산지청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30여 년 동안 장애가 있는 자녀를 돌보며 가족을 지켜온 어머니를 하루아침에 잃은 뒤 남겨진 가족들은 극심한 생활고와 정신적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며 "재판 결과를 미리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형사절차가 조속히 진행돼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유족들은 사고 직후 피의자 측과 합의를 논의했지만 의견 차이로 성사되지 않았고, 이후 올해 4월께 형사합의금으로 1천만~2천만원 수준이 제시됐지만 피해 회복의 정도를 고려할 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형사재판이 시작돼야 책임도 가려지고 민사상 손해배상 등 피해 회복 절차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고통만 길어지고 있다"며 "원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법이 정한 절차가 제때 진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형사법 전문인 법무법인 태두 최운식 대표변호사는 "초동 수사기관이 객관적인 증거와 법리에 따라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이라면 검찰도 확보된 증거를 토대로 합리적인 기간 안에 기소 여부를 결정해 형사사법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피해자 보호와 사법 정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유족들을 지켜봐 온 주변 지인들도 "남겨진 가족 모두가 장애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만큼 사건이 조속히 마무리되고 법원의 판단이 이뤄져 피해 회복 절차가 시작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유족들이 최소한의 일상이라도 되찾을 수 있도록 사법절차가 더 이상 지연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A 경감은 전화 인터뷰에서 "사고 직후 가장 먼저 119에 신고해 피해자의 구조를 요청했고, 지난해 세 차례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유족들과 합의를 시도했지만 보상 범위에 대한 견해 차이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앞으로도 원만한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으며 형사처벌에 대한 최종 판단은 검찰과 법원의 결정을 성실히 따르겠다"고 말했다.
 
사고는 한순간이었지만 남겨진 가족들이 감당해야 할 시간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형사재판은 처벌만을 위한 절차가 아니라 사실관계를 법률적으로 판단하고 피해 회복의 출발점을 마련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수사는 신중해야 하고 법원의 판단은 객관적인 증거와 법리에 따라 이뤄져야 하지만, 그 절차 또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시기에 진행될 때 비로소 사법에 대한 신뢰도 함께 세워질 수 있다. 이번 사건은 누구의 책임을 미리 단정하기보다 법 앞의 평등과 적정한 절차의 신속성이 피해자와 피의자 모두의 권리를 보장하는 중요한 가치임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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